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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들의 설교

수승대의 웅덩이에서 배우는 인생의 전환점; 집착을 내려놓을 때 삶은 흐른다 - 이재철 목사님

by 셀라지기 2025. 12. 13.

수승대의 웅덩이에서 배우는 인생의 전환점; 집착을 내려놓을 때 삶은 흐른다 - 이재철 목사님

수승대, 웅덩이를 벗어나는 사람들

경상남도 거창에는 수승대가 있다.
기암괴석과 신비로운 소나무들이 어우러진, 말 그대로 절경 중의 절경이다.
하지만 이곳이 처음부터 ‘승리의 대(臺)’였던 것은 아니다.

삼국시대, 이곳의 이름은 수송대(愁送臺)였다.
‘근심 속에서 사람을 보낸다’는 뜻이다.
수승대는 신라와 백제의 경계였다.
신라의 사신이 백제 왕을 만나러 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했던 길.
그 길 끝에서 사신이 살아 돌아올지, 시신으로 돌아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아름다운 절경은,
아이러니하게도 불안과 두려움의 장소였다.

천 년이 흐르고 조선 시대가 되었다.
퇴계 이황 선생이 거창을 찾았다가 이곳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수송대의 절경을 노래한 시를 남겼다.
그 시 한 편으로, 이곳의 이름은 바뀌었다.

수송대에서 수승대(守勝臺)로.
근심 속에 머무는 자리가 아니라,
승리를 지켜내는 자리가 된 것이다.


사람들이 찾아오는 집

나는 2018년 11월, 거창으로 내려왔다.
그 후 6년 4개월 동안,
전국에서 약 4천 명이 우리 집을 찾아왔다.

대부분은 내가 알지 못하던 사람들이었다.
공통점이 있었다.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고통의 원인은 거의 예외 없이 사람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교회 안의 사람들이었다.

목사의 전횡으로 무너진 신앙.
교회를 사유화한 장로들 때문에 상처 입은 젊은 목회자.
성도들 사이의 말과 행동으로 깊이 파인 마음의 상처.

회사 사람이나 동네 사람 때문이었다면
굳이 이 먼 거창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교회에서 받은 상처 때문에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한 채 찾아왔다.

대부분은 이야기를 쏟아내고,
조금의 위로와 희망을 안고 돌아갔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달랐다.
일상이 완전히 무너질 만큼 깊은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었다.

그런 분들을 만나면, 나는 그들을 차에 태우고 수승대로 갔다.


웅덩이에 갇힌 물

수승대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암석이 있다.
계곡물이 그 암석을 만나 좌우로 갈라져 흐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넓은 바위 한가운데에는
작은 웅덩이가 하나 있다.

수천 년 동안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진 물이 만든 웅덩이다.

나는 그곳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웅덩이 속 물은 흐르지 못합니다.
계속 갇혀 있다가 썩거나, 증발해 사라집니다.
하지만 저기 흐르는 물은
남강이 되고, 남해를 지나 태평양으로 갑니다.”

그리고 덧붙인다.

“지금 당신은 사람 때문에 받은 상처로
증오의 웅덩이에 빠져 있습니다.
그 웅덩이에 머무는 한, 인생은 흐르지 않습니다.”

웅덩이에서 나오는 방법은 하나다.
밖에서 오는 비를 타고 나오는 것.
혼자서는 어렵다.
그래서 믿음이 필요하다.

주님을 의지해, 웅덩이 밖으로 나오는 것.
그게 믿음이다.


집착은 눈을 잃게 만든다

사람은 누구나 웅덩이에 빠진다.
증오의 웅덩이, 욕망의 웅덩이, 이념의 웅덩이,
그리고 가장 무서운 자기 집착의 웅덩이.

집착은 눈을 잃게 만든다.
도박꾼은 카드만 보인다.
알코올 중독자는 술밖에 보이지 않는다.
권력과 돈에 집착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물 안 개구리는 하늘을 본다.
하지만 그 하늘은 우물만큼만 크다.
세상이 작은 것이 아니라,
보는 눈을 잃었기 때문이다.


에덴동산에서 시작된 웅덩이

이 모든 것은 에덴동산에서 시작되었다.

선악과는 단순한 열매가 아니었다.
하나님과 인간의 경계를 상징하는 표식이었다.
하나님은 명령하시는 분,
인간은 순종하는 존재라는 경계.

사탄은 그 경계를 흔들었다.
“왜 못 먹게 하셨을까?”
99개의 은혜는 사라지고,
하나의 불만이 마음을 채웠다.

그리고 인간은 스스로 하나님의 자리에 앉았다.

그 순간부터,
인간은 자기 집착의 웅덩이에 빠져 살기 시작했다.


수송대에서 수승대로

웅덩이에 머무는 삶은 수송대다.
근심 속에서 세월을 흩날리는 삶이다.

하지만 웅덩이에서 나오면,
삶은 수승대가 된다.
주님 안에서 매일의 승리를 지켜가는 삶이다.

오늘도 우리는 선택 앞에 서 있다.

웅덩이에 머물 것인가,
흐름 속으로 나올 것인가.

수승대의 물은 지금도 흐르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느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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