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울 속에 비친 내가 낯설다.
이제 내가 알고 있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착잡한 마음으로 방으로 돌아가는데,
멀리서 승전가가 들렸다.
아이 방에 가까워질수록
노래는 더욱 힘차게 울렸다.
반쯤 열린 문틈 사이로 보이는 아이의 뒷모습은,
마치 행진에 함께 뛰어드는 병사처럼
몸 전체가 역동성으로 가득했다.
“잘 자.”
인사를 건네자 아이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와락 안겨왔다.
그 따뜻한 품에 머무른 순간,
마음속에 눅진하게 쌓여 있던 감정들이 스르르 풀렸다.
지나간 세월이 이 아이를 만든 것이다.
요즘 나는
뻔하다고 생각했던 ‘클리셰’의 의미를
다시 새롭게 배우고 있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두 번째 정독하듯 보며,
삶에 몰아치는 풍파와
그 풍파를 사랑으로 이겨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앞으로 살아갈 내 두 번째 인생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변화무쌍한 현실의 파도에 시선을 고정하면
거울 속의 나는 늘 지쳐 있다.
그러나 아이가 자란 모습을 새삼 바라보듯
뻔하다고 생각했던 사랑의 클리셰들이
내가 맞은 세월에 의미와 가치를 더한다.
희생, 섬김, 그리고 사랑.
이것들이 삶에서 빛을 잃는 순간
인생의 의미도 함께 사라진다.
드라마 속에는 다양한 의사들이 등장한다.
각자의 방식으로 환자를 돌보지만,
그들의 ‘슬기로움’은 결국
기술이 아니라 사랑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내 두 번째 인생도
사랑 안에서 희생과 섬김을 다시 보게 될 때,
새롭게 시작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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