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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세차 방법 - 251114

by 셀라지기 2025. 11. 15.

세차 방법

 

한국식으로 말하면, 우리는 연립주택 3층에 산다.
오늘은 우리 집이 연립주택 청소 담당이었다.
이런 날이면 어쩐지 마음이 살짝 긴장된다.

 

나는 언젠가부터
내가 하는 일을 누군가 지켜보는 것을 싫어하게 되었다.


아마도 어릴 적, 스스로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때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어머니가 “이제 공부해라”라고 말하는 순간
의욕이 꺼져버리던 그때의 기억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계획하고,
스스로 계획을 진행하다가 실수를 발견하면
고민하면서 고쳐가는 방식을 좋아한다.
내 방법과 내 속도로 주어진 일을 하고 싶다.

 

그런데 누군가 자신의 생각으로 

내 방법에 훈수를 두어, 내 속도를 올리려고 하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라는 생각과 함께, 마음이 식어버리고 한다.

 

어릴 적, 아버지 차를 세차하고 용돈을 받던 날도 그랬다.
나는 50리터 바케스의 절반 정도만 물을 채워 세차를 했다.

 

“아버지, 세차 다 했어요.”
그 말이 끝나자 아버지는 차를 확인하지 않고

 

“물을 한 번 쓰고 대충 세차하고 용돈만 받으려는 거냐!”
하며 나를 혼냈다. 물론 용돈을 주셨다.

 

‘그래, 뭐, 용돈 받으려고 한 일이니…’

나는 '아버지는 그렇게 생각셨나 보다' 여기며,

오해를 풀려고 하지 않았다. 

 

다음 날, 아버지가 미안한 목소리로 

차가 아주 깨끗해졌다고 말해주셨다.

이처럼 내 일을 내 방식대로 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오해를 받았다. 

 

내 방식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대충 한 것은 아니다.

 

내 방식을 모르는 사람들이

결과도 보지 않고, 

나를 판단하는 것이 싫었다. 


지금도 누군가 내가 일하는 모습을 보는 건 여전히 불편하다.

 

오늘도 사람들이 드문,
오후 두 시 즈음에 청소를 시작했다.


발 받침대를 털고, 먼지 털이게로 곳곳을 훑고,
진공청소기로 바닥을 정리한 뒤
손걸레질을 하고 페브리즈로 마무리했다.

 

청소를 시작한 김에


내일 룩셈부르크로 출장가는 아내가 떠올라


자동차 실내 청소도 함께 했다.

 

발판의 먼지를 털고, 의자와 바닥을 청소하고,
손걸레로 내부를 닦고, 페브리즈로 마무리했다.

 

신기한 것은, 청소를 마친 뒤
며칠이나 미뤄두었던 한국어 교육 영상을 만든 것이다. 

 

아마도 지금 내게 청소는
내 안에 쌓인 잡념을 털어내는 의식 같다.

 

그래서 더욱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루 뒤 갑자기 깨끗해진 아버지의 차처럼
내 속도로 회복하여 어느 날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나고 싶은 마음일까.

 

오늘도 일종의 고백을 들으며, 

마음을 고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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