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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51019 평안이 깃든 하루

by 셀라지기 2025. 10. 20.

평안이 깃든 하루

 

아침, 거실에 부드럽게 번지는 찬송 소리.
40분 남짓한 예배였지만, 우리에게는 풍성한 시간이 되었다.
짧은 시간이었으나, 그 안에는 충만한 은혜가 있었다.

 

아내의 얼굴에도 평안이 비쳤다.
어제의 피곤한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기분 좋은 생기가 돌았다.

 

점심 무렵, 아내는 “산책 좀 다녀올게요.” 하고 나섰다.
한 시간 반이 넘도록 걸었는데도,
돌아온 얼굴은 오히려 더 밝았다.

 

“염색 좀 도와줘요.”
아내가 말했다.
나는 팔을 걷고, 비닐장갑을 꼈다.
그런데 내 솜씨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아내는 잔소리를 하며 자신의 손에 장갑을 꼈다.

 

그렇게 우리는 거울 앞에서 염색을 하며 웃었다.
그 시간은 오늘 예배의 연장이었다.

 

색이 완벽하진 않았지만,
아내는 거울을 보며 말했다.
“괜찮아요. 나쁘지 않아요.”
예전 같았으면 결과에 마음이 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은 이상할 만큼 괜찮았다.

 

나는 산책을 다녀온 아내에게 옷을 건넸다.

일주일 전 아이의 대학 입학 선물로 사준 캐시미어 옷이었다.
그런데 어제 내가 건조기에 넣었더니
세 사이즈는 줄어들고 구겨져버렸다.
나는 속으로 ‘망했다…’ 싶었다.

 

그런데 아내가 말했다.
“버리지 말아요. 펴질지도 몰라요.”

 

그래서 아내가 산책을 나갔을 때,
나는 구겨진 옷을 다림질했다.
증기와 열기가 섞인 공기 속에서,
옷은 천천히 늘어나고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에겐 작았다.

 

산책을 다녀온 아내가 입어 보았다.
“괜찮네, 딱이네, 좋아요!”
그녀는 거울 앞에서 빙그레 웃었다.
아이의 옷이, 엄마의 옷이 되었다.
버려질 옷이 새 생명을 얻는 순간이었다.

 

옷을 입은 아내는 아이에게 달려가 자랑을 했다.
“이 옷 어때? 엄마한테 딱이야.”
“그렇네요? 하하.”
아이도 함께 웃었다.

 

아내는 이전 것보다 저렴하지만
아이의 옷을 두 벌 더 샀다.
작아진 옷 하나가 가족의 웃음을 낳고,
작은 손해가 오히려 사랑의 고리가 되었다.

 

나는 생각했다.
‘상황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다를까?’

 

그때 떠오른 말씀,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 빌립보서 2장 5절

 

오늘 우리에게 일어난 변화는 외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리스도의 마음이 우리 안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염색이 실패해도 웃을 수 있었고,
옷이 줄어들어도 감사할 수 있었다.
작은 사건 하나하나가
“하나님이 지금도 함께하신다”는 증거가 되었다.

 

오늘의 결론은 단순하다.
“상황이 바뀌어야 평안이 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중심에 계실 때 평안이 온다.”

 

오늘 우리의 집 안에 머문 이 평안이,
우리의 한 주에도 가득하기를 기도한다.

 

“평강의 하나님이 친히 너희로 온전히 거룩하게 하시고,
또 너희의 온 영과 혼과 몸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강림하실 때에 흠 없게 보전되기를 원하노라.”
- 데살로니가전서 5장 23절

 

주님, 오늘 우리의 하루를 예배로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완벽하지 않은 하루 속에서도 주님의 은혜로 웃게 하시고, 감사하게 하심에 감사합니다.
우리의 중심에 늘 주님이 계셔서, 평안이 일상의 옷이 되게 하소서.
주일의 평안이 한 주의 평안으로 이어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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