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잠시 비가 내리더니,
거짓말처럼 구름이 걷히며 햇빛이 쏟아졌다.
15일 만에 본 해빛이었다.
유럽의 가을 햇살은 참 귀하다.
비싼 것도 아니고, 노력으로 얻은 것도 아닌데,
그 빛 하나만으로 살아 있음을 느낀다.
나는 그 황홀한 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생각했다.
‘세상의 미혹을 등지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주님과 동행하며
빛되신 주님을 글로 쓰고 싶다.’
오전은 유난히 느리게 흘렀다.
아내의 택배를 기다려서였을까.
점심 무렵 택배가 도착했지만,
시간은 여전히 느리게 흘렀다.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소리의 톤을 살폈지만, 결과를 알 수 없었다.
나는 긴장한 목소리를 물었다.
“회의는 잘 끝났어?”
“어! 통과 됐어!”
순간, 숨을 크게 내쉬었다.
몇 달 동안 동물 실험 감독팀의 심사에 묶여 있던
아내의 프로젝트가 드디어 재개된 것이다.
그동안 간절히 기도해 온 그 일이었다.
아내는 조심스럽게 과정을 설명했다.
“서류로만 주고받을 땐 서로 날카로웠는데,
직접 만나 회의하니 오히려 부드러웠어.”
그 말에는 하나님을 의지했던 마음이 배어 있었다.
하나님께서 아내의 시선을 부드럽게 하셨던 것이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입술에서 자연스럽게 감사의 고백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문득 깨달았다.
간절한 기도에 응답을 받았지만,
그 결과에 충분히 감사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 일기를 쓰지 않았다면,
며칠을 간절히 기도했던 그 결과조차
하나님께 돌리지 못한 채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성경을 읽으며
하나님의 은혜를 잊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꾸짖던 내가,
사실은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하나님은 오늘의 햇살처럼,
이 사건에만 빛을 비추신 것이 아니다.
빛이신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의 길을 가장 좋은 방향으로 비추고 계신다.
다만 내 눈이 어두워
그 빛을 보지 못할 때가 있을 뿐이다.
기도를 통해 욕심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모든 과정이 결국 하나님의 뜻으로 향하는 여정임이 분명해진다.
아들을 내어주신 그분이
어찌 우리에게 나쁜 것을 주시겠는가.
오늘도 감긴 눈에 빛을 비추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
- 시편 119:105
주님, 우리의 길에 빛을 비추시니 감사합니다.
우리의 시선이 상황에 머물지 않고
주님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하소서.
응답의 순간마다 감사하며,
그 빛 속에서 주님과 동행하게 하소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51018 월동 준비 (1) | 2025.10.19 |
|---|---|
| 251017 사라진 향기 (1) | 2025.10.18 |
| 251015 어느 느린 하루 (1) | 2025.10.16 |
| 251014 깊은 은혜의 자리에서 (2) | 2025.10.14 |
| 251013 포기하지 말기 (2) | 2025.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