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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51011 빨래하는 날 - 불안의 옷을 벗고, 의의 옷을 입다

by 셀라지기 2025. 10. 12.

빨래하는 날

 

눈을 뜨니 6시였다.
토요일 아침이라면 조금 더 누워 있어도 될 텐데,
왠지 오늘은 일찍 일어나야 할 것 같았다.
세수를 하고 책상에 앉아, 어제의 결단을 되새기며 조용히 기도했다.

“주님, 오늘도 제 하루의 시작을 주님과 함께 하게 하소서.”

 

토요일은 우리 집의 ‘빨래하는 날’이다.
이날만 되면 세탁기가 세 번은 돌아간다.

하지만 오늘은 빨래보다 먼저 ‘이벤트’가 있었다.

아이가 대학에 입학한 기념으로,
새 옷과 신발을 사주기로 한 것이다.
차로 한 시간 거리의 쇼핑몰로 향했다.

 

우리는 평소 브랜드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아내가 성큼성큼 유명 브랜드 매장으로 들어가더니,
가격표도 제대로 보지 않고 점퍼를 집었다.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이게 얼마라고?”

하지만 그 말은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대신 농담처럼 말했다.
“점퍼는 많으니까, 이번엔 조끼 어때?”

 

아내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결국 우리는 조끼를 하나 샀다.
그 조끼 한 벌이면 내 옷 네 벌은 살 수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이 스쳐갔지만,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아내의 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이 옷은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아이가 새로운 계절, 새로운 인생의 문으로 들어가는
‘축복의 옷’이었다.

 

점심은 쇼핑몰 1층 아시아 식당에서 간단히 먹었다.
시간을 보니 12시 10분.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가 1시에 친구들과 온라인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늦지 않게 도착하자,
방 안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소리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서둘러 오길 잘했구나.’

 

그런데 그때부터 이상하게
가슴 한켠이 서서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이었다.
갑자기 써버린 돈 때문일까,
아내의 회사 일 때문일까,
아니면 겨울의 그림자가 길어져서일까.
어디서부터인지 모르게 마음이 눌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시 기도했다.
“주님, 제 마음을 지켜주소서.
불안이 아니라 평안을 선택하게 하소서.”

 

첫 번째 세탁기를 돌리고,
아내와 함께 동네를 걸었다.
바람이 차가웠지만,
그 차가움이 오히려 정신을 맑게 했다.
걷는 동안, 말없이 서로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의 온기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씩 풀렸다.

 

두 번째 세탁기를 돌릴 때,
나는 주일 설교를 준비했다.
묵상 중에 요한복음 13장이 떠올랐다.

 

예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장면.

하나님이신 그분이
무릎을 꿇고 인간의 더러운 발을 씻기신다.
그 장면이 마음을 울렸다.

 

“나는 빨래를 돌리고 있지만,
주님은 내 마음을 씻고 계시는구나.”

 

그 순간, 마음속의 불안의 찌꺼기들이
하나씩 떨어져 나갔다.

 

마지막 세탁기를 돌린 후,
아내와 쇼파에 나란히 앉았다.
서로의 하루를 이야기했다.

불안했던 일, 서운했던 일,
그리고 감사했던 일들까지.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마음의 먼지가 하나씩 떨어져 나갔다.

 

마지막 빨래를 갤 때,
우리의 표정엔 더 이상 불안이 없었다.
불안으로 시작된 하루가
평안으로 마무리되고 있었다.

 

그때 문득 떠오른 말씀이 있었다.

“그 더러운 옷을 벗기라.”
“보라, 내가 네 죄악을 제하였으니 네게 아름다운 옷을 입히리라.”
스가랴 3:4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우리는 옷을 빨았다.
아이는 새 옷을 입었다.
그리고 주님은
우리의 마음을 씻기시고,
의의 옷으로 다시 입혀 주셨다.

 

토요일 주님과 함께 하니, 

세 번의 세탁이, 집안일이 아닌 영혼의 예식이 되었다.

 

한 번은 옷을 씻고,
한 번은 마음을 씻고,
마지막 한 번은 서로를 씻겼다.

 

오늘의 결단은 분명하다.

“불안의 옷을 벗고, 의의 옷을 입으라.”

 

하나님은 우리가 스스로를 깨끗하게 하기를 기다리지 않으신다.
그분은 우리의 불안을,
우리의 묵은 얼룩을 직접 씻기신다.

그리고 그분의 손으로
새 옷을 입혀 주신다.

 

그 옷은 단순한 의복이 아니라,
새로운 한 주를 살아갈
하나님의 사랑의 증표였다.

 

 

“보라, 내가 네 죄악을 제하였으니 네게 아름다운 옷을 입히리라.”
스가랴 3:4

 

주님, 오늘도 제 마음의 불안을 씻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눈에 보이는 옷보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깨끗하게 하소서.
불안과 염려의 옷을 벗고,
주님의 의의 옷을 입게 하소서.

새로운 한 주, 주님과 동행하는 은혜를 누리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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