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야기

251008 침묵으로 듣게 된 음성

by 셀라지기 2025. 10. 9.

침묵으로 듣게 된 음성

 

요즘 내 안에는 불안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기도로 가라앉히면 잠시 평안이 찾아오지만,
어느새 다시 마음이 흔들린다.

그래서 요즘 나는 하나님께 매달리듯 지낸다.
한순간이라도 그분과 멀어질까 두렵고,
다시 혼돈과 공허 속에 갇힐까 불안해
더욱 간절히 그분을 붙든다.

 

하나님은 이런 내가 안쓰러웠던 것 같다. 

 

오늘은 하나님이 내게 침묵하셨다. 

성경을 펼쳤지만 평소처럼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기도의 말도 쉽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오히려 더 간절히 그분을 찾았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불안이 나를 삼킬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 문득, 엘리야가 떠올랐다.

갈멜산에서 하나님의 불로

바알 선지자들을 무너뜨린 엘리야.

그러나 그는 이세벨의 위협 앞에서 광야로 도망쳤다.

모든 열심이 무너지고,

남은 것은 절망뿐이었다.

그때 하나님은 그를 호렙산으로 부르셨다.

 

그곳에서 바람이 불고,지진이 일고, 불길이 치솟았다.

엘리야의 마음에 강하신 하나님의 능력으로 두려움이 일어났다. 

그러나 엄청난 역사들 가운데 하나님은 계시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세미한 소리,
고요한 숨결 같은 음성이 들렸을 때
엘리야는 얼굴을 가리고 엎드렸다.

그곳에 하나님이 계셨기 때문이다.

 

그 장면이 내 마음에 겹쳤다. 

아마 나도 엘리야처럼
큰 바람과 지진 같은 하나님의 능력을 

하나님의 음성으로 알고, 찾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하나님은

내 안의 불안이 잠잠해지기를,

모든 아우성이 멈춰져서, 

비로소 하나님의 얼굴을 볼 수 있기를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다.

 

 

오후가 되어 불안이 다시 밀려왔다.
나는 일부러 일을 만들었다.
집을 정리하고, 이메일을 확인하며
불안을 잊어보려 했다.

 

그러다 무심코 아이에게 푸념처럼 말했다.
“오늘은 하나님이 참 조용하시네.”

 

아이는 내 얼굴을 보며 말했다.
“그럼 아빠도 조용히 있으면 되잖아요.”

 

그 한마디가 마음을 멈추게 했다.
그래, 하나님이 침묵하실 때는
나도 멈추면 되는 거였다.

 

그제야 깨달았다.
하나님의 침묵은
내 안의 혼돈이 근거 없음을
보여주시려는 은혜였다.


고요한 가운데 주님을 바라보니,
침묵이 아니라
나를 향해 미소 짓고 계신
하나님의 얼굴이 보였다.

 

그 순간, 불안이 잦아들고
진정한 평안이 찾아왔다.
소유에서 오는 평안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동행에서 누려지는 평안이었다.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
- 시편 46편 10절

 

주님, 오늘은 아무 말씀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압니다.
주님의 침묵은 부재가 아니라,
제 안의 소음을 멈추게 하시려는 초대였습니다.

 

보이지 않아도 신뢰하게 하시고,
들리지 않아도 사랑하게 하소서.
당신의 침묵 안에서
제 영혼이 고요를 배우게 하시고,
그 고요 속에서
당신의 평안을 누리게 하옵소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