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5시 40분.
창밖은 아직도 깊은 밤처럼 어둡다.
이제 벨기에는 이 시간에 햇살이 없다.
조용히 불을 켜고 아침을 준비했다.
따뜻한 밥 냄새가 퍼지자, 오늘 하루의 첫 기도가 흘러나왔다.
“주님, 오늘도 우리 가정을 지켜주소서.”
잠시 후, 피곤한 얼굴의 아내를 깨웠다.
출장 준비로 바쁘면서도 미소를 짓는 아내.
그 얼굴을 보니 마음이 아렸다.
그리고 아이 방으로 향했다.
“벌써 일어날 시간이야?”
졸린 눈으로 묻는 아이에게 “어, 많이 피곤하지?”
하지만 아이는 한마디 불평도 없이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고백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기차역으로 향하는 차 안.
차창 밖으로는 안개가 낮게 깔리고, 거리는 아직 잠든 듯했다.
아내와 아이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왠지 모르게 애잔했다.
‘저 둘이 오늘 하루를 잘 보낼 수 있을까?’
걱정과 감사가 교차하는 그 순간, 문득 떠오른 사람이 있었다.
처형이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출근하는 사람.
몇년 동안 승진에서 누락되어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일을 감당하던 사람.
그리고 마침내 이번에 승진했다.
‘그 오랜 세월을 어떻게 견뎠을까?’
그 질문이 내 안에서 메아리쳤다.
이러한 생각으로부터, 아브라함의 새벽이 떠올랐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셨다.
“네 아들 이삭을 데리고 내가 지시하는 산으로 가라.”
그는 다음 날 아침, 아무 말 없이 일찍 일어나 길을 나섰다.
그 어둠 속에서 아브라함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아마도 두려움과 순종이 뒤섞인 침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길의 끝에서 그는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을 만났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말씀을 따라 일어나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하나님과 동행하는 자들이다.
기차역에 도착하자, 두 사람은 손을 잡고 걸었다.
멀어져 가는 그 뒷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그 순간 마음이 뜨거워졌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내가 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이렇게 함께 걸어가는 가족이 있고,
그 길을 이끄시는 주님이 계신다.
잠시 후, 아내에게 문자가 왔다.
“기차가 연착됐어. 택시 타야 할 것 같아.”
예전 같았으면 짜증부터 났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마음속에 떠오른 또 다른 장면.
부활 후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한 두 제자가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슬픔에 잠겨 걸어가던 순간.
주님이 그들과 동행하고 계셨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그들의 눈이 가리어져서 그를 알아보지 못하더라.”(누가복음 24:16)
하지만, 주님이 그 길 끝에서
떡을 떼어 주실 때, 그들의 눈이 열렸다.
나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
매일의 일상 속에서
주님이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자주 잊어버린다.
하지만 오늘 아침, 어둠 속에서
동행하시는 주님이
내 눈을 뜨게 할 떡을 주셨다.
처형의 인내, 아브라함의 믿음, 엠마오의 길.
아침의 공기가 차가웠지만,
마음은 따뜻했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오늘도 내 곁에 계시기 때문이다.
“여호와여, 아침에 주께서 나의 소리를 들으시리니
아침에 내가 주께 기도하고 바라리이다.”
- 시편 5:3
주님, 어둠이 남아 있는 새벽에도
저를 깨워 동행의 길로 부르시니 감사합니다.
아브라함처럼 믿음으로 일어나게 하시고,
엠마오의 제자들처럼
오늘 하루 모든 순간에 주님의 뜻을 보게 하소서.
소유보다 동행을,
성공보다 은혜를,
평안보다 순종을 선택하게 하소서.
오늘의 새벽이
주님과 함께 걷는 시작이 되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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