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아침, 기도가 이상하리만큼 길어졌다.
기도를 시작한 것이 아니라, 기도 안으로 ‘끌려 들어간’ 느낌이었다.
무릎을 꿇고 입을 열자, 말보다 먼저 한숨이 흘러나왔다.
요즘 아내가 겪는 일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자꾸 불안해진다.
“하나님, 아내에게 좋은 사람을 붙여주세요.
돕는 손길이 필요합니다. 그녀가 혼자 싸우지 않게 해주세요.”
짧게 끝내려 했던 기도였지만,
그 한 문장이 내 안에 오래 머물렀다.
마치 하나님이 내게 조용히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끝내지 말고, 조금 더 이야기해 보렴.’
그렇게 기도는 길어졌고,
시간은 어느새 아침을 넘어가 있었다.
창문 틈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기도 중인 내 손등 위에 내려앉았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그 빛은 이상하게 따뜻했다.
그 순간, 마음이 울컥했다.
기도가 눈물로 바뀌었다.
기도를 마치고 성경을 폈지만,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말씀을 장면처럼 상상해 보려 했으나
그림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씀은 내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졌다.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시간 내내 하나님이 나를 바라보고 계시다는 확신이 밀려왔다.
그때 내 입술에서 자연스럽게 말이 흘러나왔다.
“감사합니다, 하나님.”
짧은 고백이었지만,
그 한마디가 아침 내내 내 마음을 따뜻하게 감쌌다.
커피 한 잔을 내려놓고 프랑스어 공부를 시작했다.
책상 위엔 언제나처럼 노트와 단어장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뜻도 헷갈리고, 발음도 꼬였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평안했다.
틀려도 불안하지 않았고,
시간이 흘러가는 게 아깝지 않았다.
묘하게, 그 평안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이유가 뭘까?’
잠시 손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알았다.
그건 내가 잘해서 얻은 평안이 아니라,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평안’이었다.
그 깨달음이 밀려오자,
눈물이 핑 돌았다.
‘아, 은혜구나.’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사가
마음 깊은 곳에서 조용히 차올랐다.
그때 아들은 등교 준비 중이었다.
오늘은 수업이 늦게 시작되어 11시 50분에 나가야 했다.
덕분에 오랜만에 아들과 천천히 함께한 아침이었다.
나는 이유도 모른 채 자꾸만 아들을 안아주었다.
그저 그 아이가 옆에 있다는 사실이 고마웠기 때문이다.
“아빠, 왜 자꾸 안아?”
아들이 장난스럽게 묻자,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좋아서.”
아들이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그 웃음이 집안 가득 번졌다.
오전 내내 나는 열 번쯤 아들을 안아주었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우리가 돈과 성공을 바라는 이유는 결국,
이런 평안한 사랑의 순간을 누리기 위해서다.
그런데 진짜 사랑은
돈과 성공이 없어도 이미 가능하다는 것을
그 짧은 포옹 속에서 다시 배웠다.
점심쯤, 아내에게 짧은 문자를 보냈다.
“오늘도 힘내요. 하나님이 함께 하실 거예요.”
혹시 바쁠까 싶어, 단 한 줄만 보냈다.
한 시간쯤 지나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여보, 오늘 아침에 옆 부서 상사가 나한테 이런 말을 했어.
‘당신처럼 보고서를 정갈하게 정리하는 사람은 처음이에요.
당신의 보고서를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아내가 울컥했다 한다.
그동안 직속 상사에게서는 한 번도 듣지 못한 말이었다.
그 상사는 이어 말했다.
“언제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나에게 연락하세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침에 내가 기도했던 그대로였다.
“하나님, 아내에게 좋은 사람을 붙여주세요.”
하나님은 그 기도를 들으셨다.
그분은 아내 곁에 정확히 ‘돕는 손길’을 보내셨다.
가슴이 뜨거워졌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 고백이 다시 입술에 맴돌았다.
그런데 이상하지?
좋은 일이 생기면 오히려 불안해질 때가 있다.
‘이러다 또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어쩌지?’
그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감사는 깊어졌지만, 두려움이 그림자처럼 따라왔다.
그래서 일부러 몸을 움직였다.
책상을 정리하고, 프랑스어 단어를 외우고, 운동을 했다.
공부와 운동 사이사이에 잠깐씩 기도했다.
“하나님, 제 마음이 요동치지 않게 붙잡아 주세요.”
저녁 무렵, 아내를 마중 나갔다.
바람은 조금 차가웠지만 하늘은 유난히 맑았다.
회색빛 도로 위로 노을이 희미하게 물들어 있었다.
멀리서 걸어오는 아내의 얼굴에
아침과는 다른 빛이 스며 있었다.
차에 타자마자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여보, 오늘 진짜 놀라운 일이 있었어.”
이번엔 협력하던 다른 부서의 상사가 전화를 했다고 했다.
“당신이 설계한 실험엔 부족함이 없습니다.
혹시 동물 관리팀에서 반려하면, 나를 부르세요.
제가 직접 가서 변호하겠습니다.”
그 말 한마디가 아내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고 했다.
직속 상사에게서는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던 신뢰와 지지의 말.
하나님이 또 한 번 사람을 통해 응답하신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가가 뜨거워졌다.
“하나님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곁에 계시는구나.”
그분은 멀리 계신 분이 아니라,
지금도 일하시는 분이셨다.
그날 밤, 우리는 함께 감사의 헌금을 결단했다.
그저 너무 감사해서였다.
돌아보면,
직속 상사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크게 눈에 띄는 변화도 없었다.
그런데 마음은 은혜로 가득했다.
평범한 하루였지만,
그 하루가 하나님 때문에
감사로 넘쳐흘렀다.
그때 깨달았다.
평안은 결과가 아니었다.
평안은 하나님과의 동행이었다.
문제가 해결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분이 함께하셨기 때문에
마음이 평안했던 것이다.
그 진리를 붙잡는 순간,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았다.
아내의 상처도, 나의 불안도,
그리고 우리의 작은 일상도 모두.
“내가 너희에게 평안을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
- 요한복음 14:27
주님, 오늘 하루를 통해 평안을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상황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주님이 함께하심으로 평안할 수 있음을 알게 하셨습니다.
저의 불안을 잠재우시고,
아내의 마음에 위로를 더하셨던 그 손길처럼,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주님이 늘 동행하심을 잊지 않게 하옵소서.
결과보다 동행을,
응답보다 임재를,
평안의 근원이신 주님을 먼저 구하게 하소서.
오늘도 주님 안에서,
평안으로 시작해 감사로 끝나는 하루가 되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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