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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51005 아내가 회사에서 부당한 일을 당했다

by 셀라지기 2025. 10. 6.

아내가 회사에서 부당한 일을 당했다

 

요즘 아내가 회사에서 조금 힘든 일을 겪고 있다.
며칠 전 퇴근 후, 그녀의 얼굴이 이상하게 굳어 있었다.
평소처럼 “오늘 어땠어?” 하고 묻자, 대답이 쉽게 오지 않았다.
잠시의 정적 끝에 아내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상사가… 나 대신 다른 직원을 올렸어.”

 

“무슨 말이야?”
나는 의자를 고쳐 앉으며,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리더십 트레이닝 있잖아. 그 자리에 나 대신 다른 직원을 보낸대.
그 직원 승진을 도와줘야 한대.”

 

아내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억눌린 분노와 체념이 섞여 있었다.
“크게 생각할 일 아니야. 그 친구를 위해 도와주면 좋잖아.”
그 상사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고 했다.

 

그 말은 가볍게 들렸지만,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누군가의 성장 뒤에는, 언제나 누군가의 눈물이 스며 있기 때문이다.

 

아내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었지만,
그 웃음이 얼마나 힘겹게 만들어진 것인지 나는 알고 있었다.
식탁 위 국의 김이 천천히 사라질 때쯤,
그녀의 어깨가 살짝 떨리는 게 보였다.
그 순간, 내 안에서 뜨거운 열기가 치밀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일을 할 수 있지?”
“그 상사는 무슨 권리로 사람을 그렇게 이용하는 거야?”

 

내가 그 말을 내뱉는 순간,
나는 이미 마음속에서 그 상사를 심판대에 세워두고 있었다.
머릿속은 ‘정의로운 분노’로 가득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분노의 끝에는 허무함이 밀려왔다.
누군가를 비난할수록 내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그날 밤, 우리는 한참을 뒤척였다.
밖은 깊은 적막에 잠겨 있었고,
가끔씩 도로를 스쳐 지나가는 차의 소리가
내 마음의 어둠 속을 천천히 파고들었다.

 

‘나는 그 사람과 다르게 살아왔을까?’
문득 그 질문이 내 안을 가득 채웠다.

 

그 순간, 내 안의 불빛이 서서히 꺼져가는 듯했다.
내가 사람을 대했던 수많은 순간들이 떠올랐다.
‘전체의 유익을 위해서’, ‘사역의 효율을 위해서’,
‘조직의 방향을 위해서’라는 말로,
누군가의 마음을 밀쳐낸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나 역시 사람을 ‘인격’이 아니라 ‘역할’로 보았던 적이 많았다.
그때 깨달았다.
아내의 상사는 괴물이 아니었다.
그는 어쩌면 내 안에 숨은 또 다른 ‘나’였다.

 

“주님, 저였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한참을 회개했다.

 

기도하는 동안, 오래된 창고의 먼지가 쓸려나가듯
마음의 억눌림이 하나씩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자리에 평안이 찾아왔다.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요즘 들어 한국에서 오는 연락을 거의 받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을.

 

예전엔 메시지 알림이 뜨면 반가워서 바로 답장을 보냈다.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이 문제를 함께 풀 수 있을까?’
밤늦게까지 통화하며 조언을 건넸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알림을 꺼버렸다.
그들의 삶에 내가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문제를 함께 고민해도 결국 제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내가 괜히 개입했나?’ 하는 허무함만 남았다.

 

그래서 나는 점점 연락을 피했다.
‘그들의 삶은 그들의 몫이지.’
그 말로 스스로를 설득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건 상처받기 싫은 내 변명이었다.

 

아내의 일을 통해 나는 깨달았다.
내가 그동안 도우려 했던 것은 ‘문제 해결’이었지,
‘사람 그 자체’가 아니었다는 것을.

 

그들이 역경 속에서도 믿음을 지키려
몸부림치는 그 과정을 바라보지 못했다.
나는 해결사가 되고 싶었지, 동행자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나는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요즘은 어떠세요?”
“그때 이야기했던 일, 잘 되어가시나요?”

 

단 한 줄의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내가 당신을 기억하고 있습니다’라는 마음을 담았다.

 

답장이 올까 망설이던 찰나,
톡창이 반짝였다.

 

“목사님, 요즘 너무 힘들었어요.”
“연락 주셔서 감사해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기도했다.
때로는 아무 말 없이 눈물만 흘리는 시간도 있었다.
그 모든 순간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하나님께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함께해야 할 사람’을 내 곁에 보내주셨다는 것을.

 

그 후로 이상하게도,
아내의 상사 이야기는 더 이상 마음을 짓누르지 않았다.
그의 행동은 여전히 부당했지만,
이제는 분노보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아내 역시 조금씩 웃음을 되찾았다.
“당신 요즘 평안해 보여.”
그녀의 물음에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하나님이 우리 둘 다 다듬고 계신 것 같아.”

 

저녁 산책길, 가로등 불빛 아래
서로의 손을 잡고 걷는 그 길에서
아내의 손에 힘이 들어오는 걸 느꼈다.
이 따뜻함이 우리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위로였다.

 

 

이제 나는 안다.
삶의 문제들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라,
‘함께 걸어야 할 여정’이라는 것을.

 

우리의 분노는 회개로,
회개는 깨달음으로,
깨달음은 사랑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모든 여정의 끝에는
언제나 한 문장이 남는다.

하나님이 나와 함께하신다.”

 

“하나님이 상심한 자에게 가까이 하시고, 마음이 통회하는 자를 구원하시는도다.”
- 시편 34:18

 

주님, 아내의 상처를 통해 제 안의 무정함을 보게 하셨습니다.
다른 이의 고통을 ‘문제’로 보지 않고,
그 사람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주옵소서.

 

결과보다 관계를,
효율보다 존엄을,
이익보다 사랑을 먼저 생각하는 눈을 갖게 하옵소서.

 

그리고, 아내의 상처 위에
주님의 위로가 내려
그녀의 마음을 새롭게 하옵소서.

 

오늘도 주님 안에서 회개로 시작해,
회복으로 끝나는 하루가 되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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