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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공부

히브리어 이해 5 알레프—말씀이 침묵으로 오는 길목

by 셀라지기 2025. 7. 12.

 

밤이 깊어질수록 말씀은 더 또렷이 들려옵니다. 격한 바람이 지나가고, 요란한 번개가 멈추면, 비로소 조용히 스며드는 속삭임이 있습니다. 그 소리는 귀로 듣기보다는 마음으로 알아차리는 법이지요.
오늘, 그 조용한 속삭임처럼 우리 앞에 나타나는 글자가 있습니다. 바로 히브리어 알파벳의 첫 글자, ‘알레프(א)’입니다.

놀랍게도 이 글자는 소리가 없습니다.
다른 자음들과 달리 독립적인 음가가 없고, 대부분 모음과 함께 사용됩니다.
그래서 유대 전통에서는 알레프를 ‘숨겨진 글자’, 혹은 ‘침묵의 글자’라 부릅니다.

그런데 그 침묵 속에, 하늘과 땅을 잇는 가장 큰 비밀이 담겨 있습니다.

하나님이 사람이 되신 상징

히브리어 문자 하나하나는 단순한 철자가 아닙니다.
의미의 옷을 입고, 하나님의 이야기를 품은 살아있는 그림입니다.
알레프는 그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가집니다.

알레프는 세 개의 작은 요소로 구성됩니다.

  • 위의 ‘요드’는 하늘, 하나님을 상징하고,
  • 아래의 ‘요드’는 땅에 계신 사람, 또는 육신의 삶을,
  • 가운데의 ‘바브’는 하늘과 땅을 잇는 연결 고리, 곧 중보자를 상징합니다.

성경은 말합니다.
“그는 하나님의 본체이시나… 오히려 자기를 비워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빌 2:6-8)

그림 하나로 설명한다면,
알레프는 하나님이 사람이 되신 이야기, 곧 예수 그리스도를 보여주는 글자입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이 땅에 오신 분,
하늘의 권세를 잠시 내려놓고, 낮고 좁은 길을 택하신 분,
십자가로 하늘과 땅을 다시 연결하신 분.

그분이 바로 ‘알레프’이십니다.

숨겨진 글자, 숨겨진 하나님

창세기의 시작을 생각해 봅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그러나 그 창조가 시작되기 전,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아무것도 없는 공허와 혼돈 속에서,
하나님은 말없이 계셨습니다.

 

그 침묵, 바로 알레프의 침묵입니다.

‘알레프’는 말씀이 일어나기 전의 정적,
혼돈이 정리되기 직전의 고요,
다시 말해 준비된 하나님의 숨입니다.
그 숨이 풀려날 때, 빛이 있으라는 말씀과 함께 창조가 시작되었고,
그 침묵이 육신이 되었을 때,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셨습니다.

고통 중에도 입을 열지 않으신 메시아

이사야 53장은 고난받는 종, 메시아의 침묵을 이렇게 전합니다.

“그가 곤욕을 당하여 괴로울 때에도… 그의 입을 열지 아니하였도다.” (사 53:7)

알레프는 말 없는 중보자이십니다.
십자가 위에서도 침묵하며 죽음을 맞으신 그분.
우리를 위해 희생되셨지만, 자신을 변호하지 않으셨던 분.

그래서 알레프는 말이 없지만,
그 침묵은 가장 크고 깊은 소리를 냅니다.
십자가 위에서 온 우주를 다시 연결하는 소리입니다.

아담이 넘어진 자리에서 예수는 일어섰다

첫사람 아담은 마귀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그는 하나님이 되려 했고, 결국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예수님은 동일한 시험 앞에서, 오직 하나님의 말씀으로 이기셨습니다.
그분은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하지 않으시고,
하나님의 음성에만 순종하셨습니다.

아담은 넘어졌지만,
알레프, 예수는 일어나셨습니다.
그 십자가 위에서 잃어버린 하늘과 땅의 권세를 다시 연결해주셨습니다.

알레프는 우리 안에 새겨질 이야기입니다

이제는 그 이야기를 우리가 이어가야 할 때입니다.
그 침묵의 글자를 가슴에 새기고,
그분의 겸손과 희생의 길을 따라 걸어야 할 시간입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걸쳐진 그 한 획처럼,
우리도 이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사람으로 서야 합니다.

말은 없지만,
삶으로 전하는 복음,
침묵 속에 스며드는 은혜,
그것이 알레프의 이야기이며,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첫 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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