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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51103 담대함의 평안

by 셀라지기 2025. 11. 4.

담대함의 평안

 

오후 5시.
아내가 재활 훈련을 가기 전, 회사에서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실험팀 조직 정비를 위한 미팅이
돌아오는 금요일에 열린다는 내용이었다.

 

아내는 지난 몇 달간
큰 혼란과 어려움을 이겨내며
조직을 정리해 왔다.
그런데 ‘다시 정비한다’는 말은
결국 보스의 원래 뜻대로 되돌리겠다는 의미 외엔
달리 해석할 길이 없었다.

 

아내는 화면을 닫았다.
나는 화가 일었다.

 

그렇게 우리는 말없이 병원으로 향했다.
차 안의 공기가 묵직했다.
창밖에는 회색 구름이 깔려 있었다.

 

병원에 도착해
아내가 재활치료실로 들어가는 동안,
나는 차 안에 앉아 눈을 감았다.
불편한 마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왜 다시 그 길로 돌아가야 하지?’
‘왜 항상 아내가 손해를 봐야 하지?’

 

억울함을 토해도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고,
기도를 올려도 속이 시원하지 않았다.
하늘의 뜻을 구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요동쳤다. 

 

얼마 후,
치료를 마친 아내가 돌아왔다.

 

“운동 잘했어?”

“응, 잘했지.”

“마음은 어때?”

“괜찮아. 이제 그냥 보스 뜻대로 하려고.”

“정말 괜찮아?”

“응, 정말 괜찮아.
그 일 때문에 속상해 하는 시간이 아까워.”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 마음이 얼마나 복잡할지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내가 덧붙였다.

 

“지난번 일을 겪었더니,
오늘은 그래도 견딜만 하네.”

 

그 한마디에
내 마음의 매듭이 풀렸다.
아내의 담대함이 내 안의 불안을 덮었다.

 

나는 약하다.
믿음도 작다.
말씀을 전하지만,
정작 그 말씀 위에 단단히 서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데 아내는 강하다.
믿음이 크다.
내가 전한 말씀에도 은혜를 받고,
그 말씀을 따라 결단한다.

아내의 담대함이
내 안에 평안을 불어넣었다.

 

그때 보였다.
하늘의 뜻이.

 

담대함이 평안을 낳고,
평안이 진리에 닿았다.
그리고 그 진리는
오늘의 사건 속에서도 하나님이 일하고 계심을 알려주었다.

 

저녁이 되어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를 데리러
기차역에 갔다.

 

우리는 아이를 안아주었다.
아내는 아이의 왼손을,
나는 오른손을 잡았다.
우리는 그렇게 차로 돌아가며, 

오늘 하루를 나누웠다. 


아내의 손끝에서 평안이 전해졌다.

아내가 말씀 위에 담대하자,
가족 모두가 주님 안에 거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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