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브리어 글자는 단순한 문자 이상입니다.
각 글자에는 ‘신학적 세계관’이 담겨 있고, 그 의미는 성경 전체의 흐름을 비추는 작은 창처럼 사용됩니다.
그중 레쉬(ר) 는 성경 해석의 문을 여는 핵심적인 글자입니다.
겉으로는 모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시작과 끝, 높아짐과 낮아짐, 지혜와 겸손, 머리와 발을 잇는 깊은 신학적 연결고리를 품고 있습니다.
1. ‘레쉬(ר)’는 왜 ‘처음’이면서 ‘마지막’인가
레쉬의 첫 의미는 ‘머리’, ‘우두머리’, ‘처음’입니다.
그런데 동시에 ‘가난’, ‘슬픔’, ‘마지막’, ‘두려움’이라는 정반대의 뜻을 함께 갖습니다.
이 두 의미는 히브리어 사고방식에서 모순이 아니라, 하나님의 방식을 설명합니다.
- 높아짐은 낮아짐을 통해 나타납니다.
- 처음은 마지막을 지나 드러납니다.
- 강함은 약함을 통과해 성숙합니다.
예수님이 “나중 된 자가 먼저 되고 먼저 된 자가 나중 된다”(마 20:16)고 하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레쉬의 뿌리에는 “고개를 흔들다”라는 의미가 있는데,
이것이 부정적으로는 악(רע, 라)—교만으로 흔들어 넘어뜨리는 것—을 의미하지만,
긍정적으로는 루아크(영)—성령이 흔들어 깨우는 바람—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은 ‘흔드심’을 통해 사람을 무너뜨리기도 하고 다시 세우기도 하십니다.
2.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흐르는 ‘레쉬’의 복음
레쉬는 성경의 첫 단어 ‘베레쉬트(태초에)’ 에 등장합니다.
그리고 같은 구절의 마지막 단어 ‘에레츠(땅)’ 에도 나타납니다.
즉, 시작과 마지막을 모두 품고 있는 글자입니다.
창 3:15에서는 레쉬의 신학적 핵심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 사탄은 사람의 “발꿈치”—가장 낮은 부분—를 상하게 하지만
- 여자의 후손은 사탄의 “머리(ראש 로쉬)”—가장 높은 부분—를 상하게 합니다.
즉, 사탄은 처음 되고자 하나 결국 꼴지가 되고,
그리스도는 낮아지심으로 으뜸이 되신다는 복음의 축약입니다.
이 패턴은 성경 전체를 관통합니다.
- 창세기: “태초(בראשית)”
- 계시록: “새 하늘과 새 땅, 새 예루살렘”
- 그 중심에 어린 양이 계심
- 그리고 그분은 “알파와 오메가, 알렙과 타브”
‘처음과 마지막’이라는 레쉬의 의미는 결국 예수 그리스도 자신의 정체성과 닿아 있습니다.
3. 레쉬의 숫자값(게마트리아): 200과 인내의 신학

레쉬의 숫자값은 200입니다.
성경에서 20은 ‘기다림’과 ‘인내’의 시간으로 나타나는데,
그 배가 된 숫자 200은 한 생애 전체를 아우르는 긴 여정을 상징합니다.
- 이삭이 20년을 기다려 자녀를 얻었고
- 야곱은 20년을 라반에게 섬겼으며
- 이스라엘은 20년을 사사 드보라를 기다렸고
- 언약궤는 20년간 기럇여아림에서 기다렸습니다.
레쉬는 처음부터 끝까지 견디는 믿음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요한계시록 2장의 서머나 교회—‘몰약’이라는 뜻을 가진, 가장 고난 많은 교회—에게
예수님이 친히 “처음이며 마지막” 되신 분으로 나타나십니다.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관을 네게 주리라”(계 2:10)
레쉬는 고난 속에서 성숙되는 믿음,
끝까지 견디는 믿음을 의미합니다.
4. 레쉬와 지혜(חכמה): 지혜의 출발점은 ‘머리’가 아니라 ‘경외’
레쉬는 ‘머리(ראש)’를 의미하기 때문에 지혜와 이성의 자리를 상징합니다.
그런데 성경은 지혜가 단순한 지식의 결과가 아니라,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지혜가 제일이니 지혜를 얻으라”(잠 4:7)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라”(잠 9:10)
지혜는 ‘높아지는 머리’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머리를 숙이는 겸손에서 나옵니다.
레쉬(ר)의 또 다른 파생어 루쉬(רוש) 는 '가난한 자'라는 뜻입니다.
가난한 마음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비우는 마음이며,
그 사람이 비로소 지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지식을 알고 성경 정보를 많이 알아도
겸손함이 없으면 지혜와는 거리가 멉니다.
5. 레쉬는 ‘의미의 출발점’: 예수님의 정체성으로 연결됨
히브리 알파벳에는 네 종류의 출발점이 있습니다.
- 순서적 출발: 알레프(א)
- 발성의 출발: 헤이(ה)
- 글씨의 출발: 유드(י)
- 의미의 출발: 레쉬(ר)
이 네 글자를 모으면 단어 아리에(אריה)—‘사자’—가 됩니다.
성경에서는 ‘유다의 사자’, 즉 메시아 예수님을 가리킵니다.
“유대 지파의 사자… 그분이 두루마리의 일곱 인을 떼시리라”(계 5:5)
흥미롭게도 유다지파는 성경에서 항상 ‘머리’, 즉 선두에 섰습니다.
예수님이 다윗의 뿌리요, 유다의 사자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레쉬는 결국 메시아의 길,
그리고 그분을 따라 걷는 자의 길을 상징합니다.
6. 레쉬의 영적 결론: 마지막이 처음이 되는 길
레쉬(ר)가 이루는 단어 ‘레이쉬트(רשת)’는
히브리어 알파벳의 처음(ר), 중간(ש), 마지막(ת)을 포함합니다.
이는 믿음의 여정 전체를 의미합니다.
- 시작: 경외
- 과정: 흔들림을 통과한 정결함
- 결말: 하나님 백성으로 타오름
히브리어 ‘예쉬(יש)’—‘존재하는 것’—은
레쉬를 구성하는 글자에서 파생된 말로
‘무엇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 뜻은 결국 “스스로 계신 분(I AM)”을 드러냅니다.
지혜의 목적은 인간의 자아가 깨어지고
그리스도의 생명이 안에서 빛나는 ‘거울’이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는
마침내 마지막에서 첫 번째가 되는 길을 걷게 됩니다.
낮아짐을 통하여 높아짐으로 이어지는 그리스도의 길 말입니다.
결론
레쉬(ר)는 단순한 20번째 글자가 아닙니다.
성경 전체를 끌어당기는 거대한 메시지가 담긴 상징입니다.
- 처음과 마지막
- 머리와 발
- 높아짐과 낮아짐
- 지혜와 겸손
- 기다림과 인내
- 메시아의 길과 성도의 길
이 글자를 통해 하나님은 우리에게 한 가지 길을 부드럽게 가르치십니다.
“끝까지 견디는 자는 구원을 얻으리라.”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
“나는 알파와 오메가라.”
성경의 모든 시작과 마지막에는
언제나 그리스도가 계십니다.
레쉬는 그 사실을 글자 하나로 증언하는 작은 등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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